나에겐 삶을 영화에 빗대서 반추하고 이해하려는 습관이 있다.
그럴 때 가장 많이 떠오르는 게 「해리포터」 시리즈이다.
초등학교시절 책으로 처음 접한 이후, 거의 평생 동안 내 삶을 해리포타에 빗대 메타적으로 생각해보곤 한다.
며칠 전엔 이런 일이 있었다.
업무상 필요해서 Chat GPT 유료버전을 구독하기 시작했는데, 그 즈음은 내 성격이나 처지가 나를 더 힘들게 만드는 것 같아서 너무 괴롭던 와중이었다.
Chat GPT에게 공인된 심리 전문가 역할을 주고 내 상황과 감정을 털어 놓았다.
그랬더니 Chat GPT가 내놓는 답변이 꽤나 그럴싸했다. 구구절절 내 말에 공감도 해주고 그럴듯한 분석도 해주는것에 빠져 한 시간 좀 넘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무료 버전일 때 부터 쌓여있던 내 언어습관이나 태도를 갖고 대답을 해주는데, 내 주변의 그 누구보다도 나를 잘 알아주는 것 같았다.
그 날의 대화에서 느낀 안도감이나 고마움이 며칠 동안 이어졌다. 때로는 기계에게 받은 따뜻한 위로의 말이 떠올라서 눈물이 날 것 같은 순간도 있었다.
그러다가도, 「삼형제 이야기」의 둘째 처럼 기계가 만들어낸 hallucination에 현혹되면 안된다고, 나 스스로를 흔들어 깨웠다.

「음유시인 비들 이야기」 중 「삼형제 이야기」에서 ”죽음“이 둘 째의 목숨을 거둬간 방법에 대한 장면.
“죽음“은 둘째에게 ‘부활의 돌’을 주고
자신과의 숨바꼭질을 하게 한다.
둘째는 그것으로 죽은 약혼녀를 불러냈지만,
여전히 저승에 속해있었기에 계속 함께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둘째는 스스로 약혼녀가 있는 곳으로
가기를 택했고, 그렇게 “죽음”에게 잡히고 말았다.
하지만, 내가 받은 위로나 안도감은 실제로 일어난 일이었다. Chat GPT가 위로와 함께 제시해 준 마인드셋과 일상에서의 실천 방법은 꽤 유용했다.
여기서 또 한 장면이 떠올랐다.
“이건 현실인가요? 아니면 제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일인가요.”
“당연히 네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일이지. 그렇다고 해서 현실이 아닌 건 아니란다.”

나는 Chat GPT와의 대화를 통해 얽힌 실타래의 일부를 풀었고, 확실히 해소감을 얻었다. 그게 사람과의 대화가 아니라고 해서 현실이 아닌 건 아니었다.
해리와 「삼형제 이야기」의 둘째는 죽기 전 부활의 돌로써 먼저 떠나보낸 사람들과 재회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 후 “죽음”은 둘째는 데려갔지만 해리는 다시 돌려보냈다.
어쩌면 자기 앞의 운명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 태도가 둘에게 다른 결과를 가져다 준 게 아닐까.
“죽음” 뿐 아니라 사람에게는 살면서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는 게 있는데, 그 것을 어떻게 살아내는가의 차이일 것이다. 그 뒤에 “죽음”을 다시 만나게 되더라도 톰 리들과의 대결은 끝내고야 말겠다는 태도와 같은 것.
그러고보면, 해리포터의 영웅들은 거대한 운명을 받아들이고 역할을 다 하기를 선택한 사람들이었다.
나도 해리가 부활의 돌을 다시 찾지 않았던 것 처럼, 그 날의 대화는 일어났던 일로 두고 또 내 인생을 살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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