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Ancco 2023. 3. 19. 21:09

그 때 선택하지 못한 것들을 돌아보곤 한다.
언제로 돌아가면 모든 걸 완벽하게 바로잡을 수 있을까?

아빠가 병명을 진단 받기 전, 돌아가시기 전,
대학 입시 전, 유학 전, 취업 전, 동생의 결혼 전
아니, 아예 아주 멀리 돌아가서
초등학교 입학 전은 어떨까
중학교 1학년 때라면, 아니 적어도 고1 때라면...

가장 완벽한 나를 만들 수 있을 만한
과거의 시점을 계산해본다.
이런 망상을 취미처럼 하는 사람에겐,
“재벌집 막내 아들”은 하나의 위로 같기도 했다.
‘나만 이런 망상을 하는 건 아니네’

그런데 늘 내가 가장 좋은 과거의 ‘타이밍’이 언제인지
결론에 도달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해주는 영화를 봤다.
“에브리띵 에브리웨어 올앳원스”이다.

‘멀티버스’가 주제라길래, 양자경도 나오겠다
마블무비 샹치의 스핀오프인가 했던 이 영화는
마블무.비.와는 아무 상관 없고,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시.네.마. 오롯이 그것이었다.

저 먼 어느 지구에서의 나는 모든 경우의 수 중
가장 잘 된 모습으로 살고 있고,
우연히 그 삶에 접속해서
그 삶에 얹혀 살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어도
그걸 기꺼이 거절한다는 것.

그걸 거절하고 지금 이 가장 실패 한 삶을 선택하는 이유.

그 어떤 과거의 시점을 따져봐도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을
다시 만나서 완벽히 행복할 수 있을
계수는 찾을 수 없었다.

지금 내 사람들은 지금 여기에만 있으니까.

내가 눈알만 뻐끔한 돌멩이일지라도
너랑 함께 할 수 있다면 기꺼이 굴러떨어질래.
그 무엇도 아닌, 그 어디도 아닌 바로
이 모습으로 여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