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Ancco 2023. 4. 7. 12:30

매사에 동의를 얻어가며 살아가기는 너무나 어렵다.

하지만 끊임없이 동의와 양해와 이해를 구하며 살아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은 세상속에서, 이런 마음으로 살아가기는 너무나 어렵다.

이렇게 사는 나에겐 정말 큰 문제가 하나 있다.
애초에 동의를 얻을 수 없는 출산에 대한 문제이다.

이미 출산 경험이 있는 친구, 선배, 어른 때로는 종교인들에게 물어봤지만,
그 누구도 태어날 아이로부터의 “동의” 없이 출산을 하는
점의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은 없는듯 하다.
이런 고민하는 나를 걱정이 과하다거나 혹은 특이한 사람 쯤으로 여기는 것 같기도 하지만
난 오히려 어떻게 이런 고민을 하지 않는지 의아하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그런 것 까지 다 생각하다가 애 못낳으면 어쩌려고”라며 걱정하는 어른도 있었다...;)

아주 오래 전 부터 명명할 수 없는 불편감으로만 느끼고 있던 생각을 “개념화“ 해 준 영화가 있다.
가버나움이다. 나를 낳고도 고통에 방치시킨 부모를 고소하겠다는 소년에 대한 이야기이다.
가버나움은 2019년에 개봉했는데, 그 해는 내가 결혼한 해이다.

영화를 다 보지는 못했다. 너무 고통스럽고 어이가 없어서.
그리고 아직도 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엔, 어쩌면 출산과 양육은 동의가 아니라 영원히 양해를 구해야 하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뭐가 되었든, 그게 동의이든 양해이든, 그것은 출산자의 책임임은 차이가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