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Ancco 2022. 4. 25. 13:29

답답하다.
직장을 옮기고 부쩍 쓰고 말 하는 능력이 필요한 일이 많아졌다. 이전 직장에서는 설명이 크게 필요하지 않은 일이 많았기에 지금 같은 곤혹스러움이 덜했다. 반면 지금은 직속 상사, 임원을 거쳐 최고경영자에게 까지 전달되는 서류와 보고가 많이 필요하다. 단 한번도 직접 대화 해 보지 못한 최고경영자를 이해 시켜야한다니. 매번 답답하다.
익명의 사람에게도 자기소개서와 경력기술서를 써서 보냈던 나였다. 난 어떻게 그런 글을 써서 마침내 설득시켰을까. 그 때의 나는 이직에 한 맺힌 귀신에 접신했던건지, 지금은 감도 안 잡힌다.
보고서 양식을 열 때 마다 무슨말인지 아리송해 하는 상사의 얼굴들이 떠오른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는 데에 기대고 싶어서, 요즘은 김하나 작가의 "말하기를 말하기"를 읽고 있다.
하루종일 어떻게 말을 꺼낼지 고민하다가 집에 와서 또 말하기에 대해 읽으려면 신물이 날 수도 있지만, 김하나 작가 목소리와 말투를 떠올리며 읽으면 오히려 위로받는 면이 더 크다.
말도 글도 계속 하다보면 늘지는 않더라도 덤덤해지게지.

posted by Ancco 2017. 11. 26. 14:14




대학교 1학년 3월, 어느 신입생이든 한다는 신고식을 치루던 날이었다. 영문도 모른채, 생판 처음 보는 선배들 한테 싸가지 없다 소리를 들으며 인사 연습을 ‘당했던’ 날이 있었다.
전 해에 똑같이 당했던 신입생들이 나도 선배가 되면 반드시 되물려주어야지 벼뤘음이 분명했다.
그 날 적어도 나는 선배에 대한 예의는 고사하고 반감만 가득 얻었다. 그렇게 우리에게 혹독하게 인사를 가르쳤음에도 그들 중엔 교수님에게도 목례 한 번 하지 않는 이도 있었으니.
그 날 이후 진저리가 나서 졸업 할 때 까지 그런 행사에는 일체 참석하지 않았었다.
그 시기, 모든 학과가 그런 유치한 이벤트를 했었다. 그러나 옆집, 국문과는 오순도순 모꼬지를 갔다고 했다.
그 해 학회장이었던 언니가
“우리 국문인은 지성인이니까 말로 해도 통한다.”
고 했기 때문이었다.
그 때 이후 평생 그 말을 새기며 어지간하면 말로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심각한 일로 소리 지르며 싸운 적이 없지는 않다)
정말 그렇다. 거의 모든 문제는 말로 해서 해결 할 수 있음이다. 가끔 주먹이 더 가깝게 느껴질 때가 있지만, 마음속으로 영광송 한 번 바치면 넘어 갈 수 있는 일들이다.

posted by Ancco 2013. 7. 11. 20:53

 

"박정희에게 만주국이란??"

 

라디오스타에서는 늘 방송 말미에 손님들에게

"OOO에게 XXX란?"

이라는 질문을 한다.

때때로 당사자의 흑역사나 놀림거리 대해 질문해서

손님의 진땀을 뺀다.

 

 

라디오스타는 박정희와 기시노부스케와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나 같은 소시민도 이런 책이 흥미로운데, 위정자들은 오죽하랴.

민주당 의원이 "귀태"라는 표현을 쓰면서 이 책에 대한 관심이 모이고 있는 중이다.

 

뉴스채널 자막에

"靑, 민주당 '귀태'발언 유감"

이라고 지나가는 걸 보고

누굴더러 귀태라고 한거지, 했더니 박정희였다.

 

논란일자 "책구절 인용, 인신공격 비춰졌으면 유감"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송수경 이귀원 기자 =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변인이 11일 박근혜 대통령을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 견줘가며 '귀태'(鬼胎,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들이 태어났다는 뜻)라는 원색적 표현으로 비난하고 이에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반발하면서 '막말 논란'이 빚어졌다.


(후략)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01&aid=0006367557

 

'귀태'라는 말은 평소에도 여간해선 듣기 힘든 말이고 쓰지도 않는 말이다.

저자 강상중이 재일교포이지만 일본 태생인 점을 감안했을 때,

아마도 일본에서는 더러 있는가보다, 하고 생각했었다.

 

번역 과정에서도 국어사전에 '귀태'가 실려있는 점을 근거로

굳이 의역하지도 않았겠거니 했다.

 

어쨌든 간에, 잘 쓰지 않는 말 '귀태'.

해당 의원도 이 생소한 단어를 책에서 보고 주워섬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처럼.

 

 

 

박정희와 기시노부스케

 

 

 

이 책에서는 '귀태'라는 말을 매우 많이 쓰는데, 거의 대부분 박정희와 기시노부스케에 대해서 쓰고 있다.

 

만주국 건설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쳤던 기시노부스케(岸信介)

만주국에서 출세를 꿈꿨던 박정희.

 

각각 활약과 몰락과 재기의 과정을 통해 총리와 대통령이 된 두 사람.

만주라는 큰 공통점과 비슷한 행보.

 

A급 전범 기시노부스케, 유신독재 박정희.

하지만 결과적으로 전후 한국과 일본이 재기하는데 기여한 것도 '사실'이다.

과정과 결과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하느냐를 가지고 의견이 분분하다.

 

책의 내용은 어떤 면에서 '비틀즈코드'와 같다.

다만 비틀즈코드와 다르게 같다 붙이기 식이 아니라 나름 근거가 탄탄하다.

애시당초 논문으로 발간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용이 전문적이고 어려워서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

너무 자세한 이야기를 구구절절 설명하고 있어서 더 고역이다.............

 

 

 


 

 

 

 

만주 벌판을 무대로 놈들이 쫓고 쫓기는 웨스턴형 액션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2008)

 

 

 

근데 이 책의 투톱이 박정희와 기시노부스케이지만

나는 '만주'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표지와 제목이 너무 두 사람만 강조해서 그렇지

만주는 사실상 이 책의 또 하나의 주인공이다.

유럽인에게 아메리카가 약속의 땅이었다면

동양인 아니 최소한 조선인에게는 만주가 그랬다.

 

영화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은 그런 시대와 분위기를 아주 잘 살린 영화이다.

독립군, 일본군, 관동군, 중국인, 조선인, 서양인, 중동인 등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만주에 뒤섞여있다.

 

기시노부스케와 박정희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기시노부스케는 일본의 정치인으로서 만주국 개국공신이니.

 

그런데 책을 읽고 남는 의문점은, 왜 만주는 지금의 미국 처럼 되지 못했을까, 라는 것.

내 수준에서 내릴 수 있는 해석은

 

'미합중국은 계몽주의를 바탕으로 이민자들의 손으로 형성되었고

만주국은 제국주의를 바탕으로 일본정부(기시노부스케를 필두로 한)의 손으로 형성되었기 때문'

 

 

 


 

 

 

책과 같이 보면 좋은 영화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

저자
강상중, 현무암 지음
출판사
책과함께 | 2012-09-20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만주국이 낳은 요괴와 독재자, 두 인물의 발자취를 추적하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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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황제 (1988)

The Last Emperor 
9.3
감독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출연
존 론, 조안 첸, 피터 오툴, 루오청 잉, 빅터 왕
정보
드라마, 시대극 | 중국,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 160 분 | 1988-12-00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2008)

The Good, The Bad, The Weird 
7.9
감독
김지운
출연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 류승수, 윤제문
정보
서부 | 한국 | 133 분 | 2008-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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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 계 (2007)

Lust, Caution 
8
감독
이안
출연
양조위, 탕웨이, 조안 첸, 왕력굉, 탁종화
정보
로맨스/멜로 | 중국, 미국 | 157 분 | 2007-11-08

 

posted by Ancco 2012. 12. 25. 22:22

 

 

올해 읽는 첫 문학 작품

 

 

 

친구 생일 선물로 책을 고르다가, 나가사키라는 제목이 눈에 띄었다. 예스24 홈페이지 메인화면이었는지 정보메일이었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아무튼 주력 광고중인 책이었다. 단지 그렇다고 해서 나가사키가 눈에 들어온 것은 아니다. 라면이 영향을 미친 것도 있겠지만 그것 때문만도 아니었다. 내가 일본 여행 중에 가장 처음 방문한 곳이 나가사키였다. 12일 동안 머물며 항구 주변과 폭심지(爆心地)를 돌아보았다. 그래서 나가사키라는 제목에 끌려다.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곳은 우라카미 성당이었다. 내가 들어섰을 때, 마침 장례미사 중이었기 때문이다. 검은 양장을 입은 유족들, 울려 퍼지는 성가. 일본의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다. 성당이 한 도시 안에 두 군데 있는 것부터가 나가사키만의 특징이다. 나가사키라는 명칭은 이 외에도 독자적인 특징들을 대표하는 이름이다.

 

소설 나가사키도 그럴것 같았다. 나가사키만이 갖고 있는 정서와 풍토가 소재이기 때문이다. 원폭으로 인생의 상처를 입은 여자와 현대인의 모든 특징을 갖고 있는 샐러리맨 남자. 여자가 남자의 집 벽장에 몰래 숨어들어 살다가 들키는 것이 발단이다. 이런 줄거리 소개가 매력적이었다. 프랑스인 기자 출신 작가가 얼마나 그 아픔을 잘 풀어 냈을까.

 

하지만 줄거리가 전부인 소설이었다... 한마디로 아쉬움이 많은 작품이었다. 특히 실망스러웠던 점은 남자주인공이 전혀 일본의 50대 샐러리맨 같지가 않았다는 것이다. 어느 유럽의 50대 남성 같았다. 일본의 50대 샐러리맨이 아니라 작가 자신을 투영 한 것 같았다. 이를테면 본문 속 이런 비유가 위화감을 들게 했다.

 

매미들은 심술궂은 하르피이아*처럼 끈질기게 이를 갈고 또 간다.”

아니면 전설 속의 엘프*가 당신 집을 주거지로 선택한 겁니까?”

 

이 외에도 중세 유럽 여성 차별을 상징하는 정조대*, 서양철학 용어인 실존*과 같은 표현들이 위화감에 기여했다. 나가사키를 헤르쿨라네움*에 비유한 것도 마찬가지이다. 남자주인공이 편의점 도시락에 대해서 묘사하는 장면도, 강박증을 암시한다고 하기 보다는 오리엔탈리즘을 투영한 것 같았다. 애당초 프랑스 독자를 위해 쓴 소설이었기 때문일까? 무대만 나가사키일 뿐, 실제 사건만 가져왔을 뿐, 일본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가톨릭 신앙 풍토가 있고 일본 최초 서양 개항지 나가사키가 무대라는 점만이 미약하게나마 소설 속 설정에 대해 설득력을 실어 줄 뿐이었다.

 

여자주인공의 시점이나 과거 회상도 일본이나 나가사키라는 설정을 지워도 무방한 것들이었다. 어릴 적 부모를 잃고 친척집을 전전하며 크다가 나중엔 공산당원이 된 파란만장한 여인. 전 세계 어디에 있을 법한 캐릭터일 , 원폭 피해자라든가 하는 설정은 오히려 맹장같은 것이 되어버렸다. 소설 전반에서 이 배경이 나가사키로구나 하는 느낌이 드는 건, 주인공 남자의 집 인근에 대한 묘사 뿐이다. 그런 묘사들로 미루어 보면 우라카미성당 인근의 단독 주택인 것 같기 때문이다.

 

번역에서의 문제도 두어 군데 있었다. 인명에 대해서도 Fumiko라는 이름을 푸미코라고 번역한 문제가 그렇다. 프랑스어로 번역했기 때문이다. 번역자가 일본에 대한 이해가 다소 부족했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외에도 튀긴 대하라는 표현은 그냥 새우튀김이라고 해도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다.

 

첫 장()이 남자의 시점이었는데, 초장부터 실망감이 생겨버려서인지 끝까지 선입견을 둔 채 읽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구성 면이나 결말이나 전반적으로 기대 이하였던 건 사실이다. 이 소설을 통해 나가사키의 비극과 현대 일본 샐러리맨의 비애를 통찰하기는 무척 어려울 것 같다.

 

별 두 개는 두 시간 만에 다 읽을 수 있다는 점에 주는 것이다.

 

 


나가사키

저자
에릭 파이 지음
출판사
21세기북스 | 2011-04-04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집주인 몰래 벽장에 숨어 산 일본 여성의 실화!2010년 아카데...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posted by Ancco 2012. 12. 23. 16:46

2012년을 시작하면서 마무리 한 책.

 

올해는 내 대학생활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책을 읽었던 한 해이다. 작년에 책 안 읽는다고 담당교수님께 몇 번이나 면박을 받고 부끄러워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어릴 때에는 내성적인 성격 탓에 친구들 사귀기 어려운 새 학년 새 학기 때 책을 많이 읽었지만, 성격이 점점 외향적으로 바뀌면서 독서 보다는 나가 노는 걸 더 많이 하게 되었다. 대학 들어와서도 내 독서는 우리학교 특유의 과제인 북리뷰로 읽는 책이 거의 전부였다. 그 마저 없었으면 난 양철인간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담당교수님의 수차례에 걸친 면박 덕분에 다시 책을 적극적으로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올해를 시작하면서 읽게 된 책이 개념어사전이다. 하지만 꽤 오랫동안 책을 등한시 하다가 진득하게 앉아서 책을 읽으려니 좀이 쑤셔서 정독을 할 수 없었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라 대출기한이 끝나면 재 대출하기를 반복하면서 두 달 정도를 끌었는데도 반도 읽지 못했다. 그래서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그래도 그 다음으로 읽은 책은 강상중의 청춘을 읽는다였다. 재일교포인 그가 젊은 시절에 읽었던 책과 그 시절의 기억을 연관 지어 쓴 독후감이었다. 식민지 출신 교포가 겪는 방황이 흥미로웠던 덕분에 개념어사전보다는 쉽게 읽을 수 있었다.

그렇게 차례차례 다음 책들을 읽다가, 2학기 중반이 되었다. 그 때 읽고 있던 책은 미셸푸코였는데 문고판 책이었는데도 철학 용어가 너무 생소해서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하루는 과제 때문에 도서관에 앉아있는데 서가에 꽂혀있는 개념어사전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미셸푸코에 손을 댄 이유는 개념어사전때문이었다. 하도 미셸푸코를 자주 언급하기에 어떤 사람인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어려운 책을 읽으려면 비교적 쉬운 입문서를 먼저 읽어야 하는 법. 다시 개념어사전을 빌렸다. 그게 11월이었으니 한 달 반 만에 결국 다 읽었다.

 

저자 남경태는 MBC라디오에서 일요일 아침에 타박타박 세계사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다양한 것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데 벌써 5년째 방송되고 있다. 한 번은 화장실의 역사를 다루기도 하고 한 번은 도서관의 역사를 다루기도 했다. 이 책은 도서관에서도 총서 쪽에 꽂혀있는데 으로 시작하다보니 그 중에서도 거의 맨 앞줄에 꽂혀있다. 제목이 나한테는 특이하게 느껴져서 꺼내 들어보니 저자가 남경태였다. 거의 매일 팟캐스트로 즐겨듣는 라디오의 진행자 그 남경태? 그 남경태였다.

저자는 서울대 사회학과를 나왔다. 학력에서부터 지식인이라는 보증서 같은 느낌이 든다. 그는 스스로를 야구에서의 포수에 비유하곤 한다. 다양한 구질(球質)의 역사를 다루겠다는 뜻이다. 말만 그런 게 아니라 정말 어떤 것의 역사든 그가 전혀 모르는 분야가 거의 없다. 그래서 그는 또 다작의 저술가이기도 하다. 거의 매년 책을 한 권씩 쓴다고 한다.

 

 

 

책 제목이 사전이긴 한데 보통의 사전과는 다르다. 저자는 책머리에서 면죄를 받기위해 이렇게 써 놨다. “‘내 멋대로 순전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쓴 개념어 사전.’이 이 책의 원제목이다. 사전을 쓰는 일은 저술이 아니라 편찬이다.” 그의 말 대로 보통의 사전은 개인이 쉽게 정의를 내려 쓸 수 있는 책이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은 철학, 역사, 과학 등 제분야의 개념어에 대해 입문적인 설명을 자신만의 언어로 쓰고 있다. 개념어들에 대한 설명이긴 하지만 입문서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런 책을 쓰려면 얼마나 방대한 지식이 필요할까? 얼마나 많은 책을 읽어야할까? 남경태는 같은 방송사의 프로그램인 성경섭이 만난 사람이라는 프로에 출연해서, “다독도 좋지만 하나의 책을 여러 번 읽는 것도 다독만큼의 효과를 낼 수 있다. 처음 읽을 때와 나중에 읽을 때가 다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근데 내 생각엔 아무리 그래도 그도 다독가일 것 같다.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책을 여러 번 읽지 않았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사고방식이 크게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 한 해 동안 많은 일이 있기도 했지만 그런 일들에 대한 내 시각에 영향을 미친 건 개념어사전과 성경이었지 않나 싶다. 아니, ‘개념어사전이 아니라 남경태가 영향을 미친 거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어떤 부분이 그렇게 영향을 미쳤냐고 물으면 딱히 기억은 안 나지만, 더듬어보면 타박타박 세계사개념어사전에서의 어조와 비슷한 것들이 떠오르곤 한다. 책 목차를 펼쳤을 때 딱 눈에 들어오는 파시즘이라는 개념어만 해도, 무의식적으로 생각에 영향을 받곤 한다. 그 해설의 첫 문장은 이렇다.

대동단결은 좋은 말이지만 같은 뜻의 파쇼는 나쁜 말이다.”

파쇼라는 말이 내겐 남다르게 다가왔었는데, 연초에 읽었던 청춘을 읽는다에서 강상중의 회상에서도 파쇼라는 말이 나왔었기 때문이다. 그가 일본 큐슈의 지방에서 태어나서 처음 한국으로 온 건 청년 무렵이었는데, 선친의 고향을 방문한 것이 처음이었다고 한다. 그 때 마을 평상에 앉아 있는데 한 노인이 강상중이 일본에서 온 것을 알고 나직히 이 나라는 파쇼야.”라고 일본어로 속삭였다고 한다. 그 때 그가 받은 충격이란. 그 시대는 군사정권 시대였다.

차기 대통령이 선출된 요즘, 그가 박정희의 딸인데다가 보수당 출신인 탓에 논란이 많다. 과반수에 의해서 선출되었지만 상대 후보와의 득표수 차이가 그렇게 크지도 않다. 나도 걱정이 많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 낙관하는 이유는 우리나라가 예전과 다르게 자유롭게 책도 읽을 수 있고 말도 할 수 있는 나라가 되었기 때문이다. 어릴 때 본 꼭지라는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금서를 갖고 있었다는 이유로 연행되던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파쇼시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파쇼라는 단어는 좌익/우익이라는 개념어와 연결 지어서 생각하면 또 좋다. ‘좌익/우익이라는 표현의 유래부터 그에 얽힌 프랑스혁명-최근 개봉, 상연 중인 레미제라블의 배경이 된-과 우리 사회 이야기 까지 들어서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은 이렇게 끝난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나는 법이다.”

지당한 말씀. 날개가 어느 한 쪽이 너무 작다든지 하는 그런 새는 불구이다. 이번 대선에서 득표수가 거의 피장파장인 것은 그런 의미에서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개념어 사전

저자
남경태 지음
출판사
휴머니스트 | 2012-02-2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남경태만의 독창적인 시각으로 다시 쓴 개념어 사전!지식의 세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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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ncco 2012. 11. 13. 22:36

 

 

 

일본추리소설

일본 소설 팬들 중에는 추리소설 팬들이 참 많다. 미야베미유키를 시작해서 히가시노게이고, 온다리쿠 등 국내에도 큰 팬덤이 있는 작가들 모두 추리소설 작가이다. 일본 추리소설만의 차별성 때문에 '일본추리소설팬'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추리소설 장르의 발전 단계는 '누가 범인인가'에서 시작해서 '어떻게 했는가'를 거쳐 '왜 그랬는가'의 삼단계라고 한다. '왜 그랬는가'는 가장 고급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일본추리소설의 대부분은 '왜 그랬는가'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왜'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치정 살인일 수도 있고 금전문제일수도 있고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복수일수도 있다. 일본의 추리소설에서 주로 다뤄지는 '왜'는 특히 사회적문제에서 소재를 많이 가져온다. 사실 사회적문제는 모든 '왜'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치정도 금전도 아버지도 모두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이므로. 목적론적인 '왜'가 아니라 세상이 어떻게 돌아갔길래 이런 사건이 벌어졌는가를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이다.

올해 초 국내에서 영화로 개봉 된 '화차'의 원작 소설이 일본의 추리소설 '화차'이다. 영화의 감독인 변영주가 원작가인 미야베미유키의 엄청난 팬이다. 나도 TV에서 변영주감독이 '미미언니'에 대해서 찬양하는 걸 보고 호기심에 처음 접하게 되었다. 그래서 변영주감독이 영화 각색을 맡았다고 했을 때 참 많이 걱정했지만 또 그만큼 신뢰했다. 변영주라면 화차를 소중히 다룰테니까.

화차는 90년대 초반 일본 여성이 카드빚 때문에 저지르는 일에 대한 이야기다. 일본의 90년대는 '버블경제'라는 말로 대변된다. 소비지상주의경제였다. IMF직전의 우리나라의 모습이었다. 그로인해서 사람들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이 소설에서 묘사되어 있다. 미유키는 여러 작품들 안에서 인명이나 지명이나 회사명을 돌려쓴다. 이런 걸 '발자크적'이라고 한다고 한다. 발자크가 처음 이런 수법을 썼다고 한다. 이름만 돌려 쓰는 게 아니라 소재도 항상 맞닿아 있다. 박완서의 소설 저변에 항상 6.25가 있는 것 처럼.

그런 미유키는 자신을 '마쓰모토세이초의 장녀'라고 자청한다. 당연히 친부녀지간은 아니다. 문학적으로 장녀라는 뜻이다. 미유키 소설의 원류는 세이초라는 뜻이다.

 

마쓰모토세이초

일본에서 사회파추리소설을 처음 쓰기 시작 한 것이 마쓰모토세이초였다. 그는 일종의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그는 저학력, 빈곤출신, 과년에 등단... 수많은 핸디캡을 딛고 장르의 선구자가 되었다. 그 때문에 오해도 많이 받았지만 오히려 그것들 덕분에 더욱 신화적인 존재가 되었다. 그는 존잘이었다. 사기캐였다.

진짜 사기꾼이라는 오해도 받아서 대필작가를 두고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 왜냐하면 그는 마흔에 등단해서 공개한 작품이 1000여편이 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오해도 해프닝으로 끝났다. 그는 정말 그 모든 작품을 자신이 썼던 것이다. 그동안 참아왔던 욕구를 토해내듯이.

그는 초졸이었지만 학구열은 여느 교수 못지 않아서 다방면에 학문적으로 호기심이 끊임없었다고 한다. 특히 역사를 좋아해서 끈질기게 조사해고 연구했다고 한다. 깐깐한 학자들에게도 일부 연구 결과를 인정받았다고 한다.

끈질기게 조사하고 연구하는 습관은 작품에서 그대로 배어나온다. 그는 작품을 통해서 사회적 문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냥 '난 이렇게 생각합니다만'이 아니라 '이런 정황상 이렇게 생각됩니다.'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증거를 잡고싶었던 것 같다.

고쿠라에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고쿠라는 세이초의 연고지이다. 후쿠오카에서 한달간 연수 중이었을 때였는데, 원래 고쿠라에 여행 갈 계획도, 세이초에 대한 관심도 없었다. 선배가 가자고 그래서 따라갔는데 그 때부터 세이초에 대해서 관심이 생겼다. '오... 장난아니다...'라는 생각. 난 고쿠라의 세이초기념관에 갔었다.

기념관에는 여러가지 박물이 있고 그의 작업실을 통째로 옮긴 전시관도 있다. 어떤 표현을 빌자면 그 작업실은 '마치 세이초가 글 쓰다가 잠깐 화장실 간 것 같은' 상태였다. 정말 그대로 옮겨놓았다. 그렇게 디테일하게 보존할만한 작가라는 반증이 아닐까?

 

사회파추리소설

그가 활동하던 시기는 패전 직후의 시대였다. 우리 나라가 일제치하에 있었던 것이 통한스럽듯, 일본인에게도 미군정 치하에 있었다는 게 통한스러운 모양이다. 역지사지에 대한 이야기는 차치하고, 그 시대에 연합군 아니 미군에 의해서 서민들이 유린당하는 현실은 유린당하던 조선사람들과 다름없었던 것 같다.

세이초는 전쟁을 일으킨 정치인과 재벌 뿐만 아니라 무지랭이 서민들까지도 고통받는 현실에 대해서 고발하고자 했다. 그는 끈질긴 호기심과 탐구력으로 자료를 모았고 그것을 토대로 픽션을 쓰기 시작했다.

난 사실 세이초의 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다...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된 것을 몇 편 봤는데, 최근에는 제로포커스를 보았다. 시대는 전쟁 직후이고 소재는 우리 표현으로는 '양공주'인 여자들이었다. 한 여자로써 몸을 팔 수 밖에 없는 현실은 잔혹한 것일 수 밖에 없다. 몸을 파는 여자라고 해서 비정상적으로 음탕하거나 부도덕한 사람들인 것도 아니다. 남들과 같은데 왜 '양공주'가 될 수 밖에 없었나, '양공주'의 몸을 산 '그들'은 어떤자들인가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렇다고 '죄를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말라'는 조로 범인들을 싸고도는 것도 아니다. 화차에서 그렇듯 세이초의 소설에서도 죄인들은 응보를 받는다. 다만 부조리한 사회만 남아서 반복된다.

 

GHQ

'일본의 검은 안개'를 읽다보면 점점 드는 생각이 있다. 갖다붙이기 아냐? 이거 순 음모론 밖에 안되는거 아냐? 정말 이런 의심이 들 만큼 GHQ가 연관되어있는 사건들이 많기 때문이다. 패전국인 일본을 굴복시키기 위해서 '임시정부' 노릇을 했던 GHQ가 관련된 사건들은 여느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정부 관련 사건들과 다름없다. 그러니까 정부가 일으키는 정치공작들을 일본에서 GHQ가 한 것이다. 냉전시대의 반공작전이 그 저변에 깔려있는 것도 관련이 있다.

제로포커스에서도 양공주들의 소비층이었던 미군들, 그래놓고 양공주들 단속한답시고 무차별 폭행단속을 하던 미군들. 세이초는 '패전국의 비애'가 아니라 '세상사의 부조리'를 이야기하고자 했다고 생각한다. 그가 극우주의자여서 '일본은 잘못한 게 없다. 다 오해다.'라고 하고자 하는 거였다면 작품에서 서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지 않았을 것이고 사회비판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논픽션

세이초는 소재로 쓸 자료들을 모으다보니 픽션이 아니라 실제 사건을 다루고 싶어졌다고 한다. 더욱 리얼하게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일본의 검은 안개'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그는 일본 사회의 미스테리한 사건들에 대해서 방대한 자료를 통해 파헤쳤다. 온다리쿠의 '유지니아'의 소재가 된 '제국은행사건'이나 우리나라의 6.25에 대한 글도 있다. 그것들을 모아서 출판 한 것이 '일본의 검은 안개'이고 올해 우리나라에서도 번역되어 나왔다.

일본의 검은 안개에서 유독 많이 나오는 단어는 '모략'이다. 사전에서 모략이란 "1. 계략이나 책략 2. 사실을 왜곡하거나 속임수를 써 남을 해롭게 함. 또는 그런 일을 말한다"고 정의한다. 6.25에 대해서도 '그들의 이상한 모략전쟁'이라고 했다. 모략을 하려면 모략꾼이 있어야 할 것이다. 세이초는 거의 시종일관 모략꾼으로서 연합군사령부, GHQ(General Headquaters)를 지목한다. 다뤄진 사건들이 모두 미군정시대의 사건이라는 것도 그런 연관이 있다.

그런데 그가 끈질긴 관찰자였다고 해도 절대적으로 정확한 관찰자는 아니었다. 그가 추리한 사건의 전말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판명된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세이초의 논픽션 뿐만 아니라 모든 논픽션을 읽을 때에는 그것을 맹신해버리면 곤란하다. 맹신은 글을 쓴 작가도 바라지 않는 일일 것이다.

사건의 제 3자에 지나지 않는 사람이 모든 사실을 밝혀내는 것은 매우 어렵다. 전문 수사관들도 해결이 불가능한 사건들도 많다. 작가라고 해도 일반 시민에 지나지 않는 사람이 사건의 전모를 모두 들춰내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논픽션을 읽을 때 작가가 유지하고있는 '의심하는 태도'를 독자도 계속 유지해야 할 것이다.

 

 

 

 

 


일본의 검은 안개(상)

저자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출판사
모비딕 | 2012-05-15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일본 사회를 뒤흔든 충격적인 사건들!이 책은 마쓰모토 세이초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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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검은 안개(하)

저자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출판사
모비딕 | 2012-05-15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일본 사회를 뒤흔든 충격적인 사건들!사회파 미스터리의 거장 마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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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포커스 (2010)

Zero Focus 
7
감독
이누도 잇신
출연
히로스에 료코, 나카타니 미키, 키무라 타에, 니시지마 히데토시, 카가 타케시
정보
미스터리, 드라마 | 일본 | 130 분 | 2010-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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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ncco 2012. 10. 14. 15:44

 

 

유러피언드림. 앞으로 전 지구가 추구해야 할 가치와 방향에 대해서 논하는 책이다.

제러미리프킨, 그 이름 혹시 들어본 적 없으신가요 다들?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나왔던 이름이다. 교과서에 실려있던 <육식의 종말>그는 <육식의 종말>을 통해 소가 소를 사료로 먹음으로 해서 생기는 크로이츠펠트야콥병, 이른바 광우병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그로 인해 인류가 입는 재앙에 대해서 경고한 적이 있는 사람이다.

 

리프킨은 유러피언드림을 제시하기 앞서 세계 최대강국인 미국의 아메리칸드림에 대해서 분석한다. 신대륙에 정착한 구세계인(유럽인)들이 갖고있던 선민의식, 자유에 대한 갈망, 계몽주의 등등에 대해 설명하고 그것이 퇴색되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책을 읽다보면 미국인인 제러미리프킨이 유럽에 대한 칭찬일색이라 남의 떡이 더 맛있어 보이는 심리는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저자도 이런 점을 인식했는지 맨 마지막에 살짝 유러피언드림의 단점을 언급하긴 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이 책을 읽고나니 유독 유럽발 뉴스들이 많이 눈과 귀에 들어온다. 이를테면

'탁구공만한 종양'... 프랑스 연구팀, GMO유해성 밝혀 (←클릭. 뉴스링크포함.)

이런 뉴스가 눈에 띄는 것이다.

책에서도 밝히고 있듯 현재 유럽의 정서는 다원주의, 자연주의 등을 표방하여 인간은 물론 자연에도 해악을 끼치는 일을 지양하고 있다. 유전자변형 식품에 대해서도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아메리칸드림 진영에서는 유럽인들이 리스크부담을 꺼리는 모습을 우유부단한 겁쟁이라고 놀린다. 그리고 그들은 저돌적이고 용감하게 과학을 연구하고 자연과 기술을 개발한다. 신대륙 사람들은 치킨게(←클릭. 링크포함.)을 하는 것이다.

 

 

주인공이 미국의 과거와 미래를 오가 내용을 그린 백투더퓨쳐의 한 장면. 주인공 마티는 치킨(겁쟁이)라는 말을 들으면 갑자기 돌변하여 허세에 가까운 용기가 생긴다. 영화의 마지막 시리즈인 3편의 마지막 장면에서도 불량배에게 치킨이라는 소리를 듣고 치킨게임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리프킨은 신대륙 사람들의 이런 저돌적이면서도 '순진'한 성공에 대한 믿음의 근원을 계몽주의에서 찾고있다. 혁명으로 격동의 시대를 보내고 있던 유럽에서 태동한 계몽주의가 신대륙으로 건너간 사람들에 의해서 꽃피운 것이다. 그 덕에 미국의 위상은 현재와 같고 영향력 또한 현재와 같다.

하지만 그 것은 이제 사양길로 접어드는 것 처럼 보이고 있으며 그 대안으로 저자가 제시하는 것이 유러피언드림인 것이다.

 

중요한 이야기는 맨 마지막에 등장한다. 유러피언드림 권말에 등장하는 말은 '공감'이다. 잠깐의 유행으로 그칠지도 모르지만 현재 한국에서도 '공감'이 약진하고 있다. 스토리텔링도 그 일환이다.

유러피언드림적인 세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인간 대 인간은 물론이요 인간 대 환경 간의 교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 방식으로써 '이해'도 유용할 수 있지만 더욱 강력한 것은 '공감'이라고 한다.

 

현재 한국에서도 유럽에서 나타나는 한가지 현상이 진행되고 있는데 바로, 다문화 현상이다. 10여 년 전 부터 외국인 며느리들이 급증하기 시작하면서 결혼이주민들이 늘어났고 그 이 부터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유입되었다. 그로인해 혼혈 아동도 많이 늘어났으며 한국 내에서 외국 출신인들의 문화 행동단체가 생겨나고 있다. (예를들어 프랑스인마을, 독일인마을 등등..)

이런 현상들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가슴아프게도 일련의 범죄들과 관련이 있다. 외국인들이 저지르는 범죄들에 대한 뉴스가 많이 나오는 것이 실제로 범죄가 많아서인지, 대선철이라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미 문제가 공론화 되었고 다양한 분야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범죄들로 인해 외국인들에 대한 혐오증 즉, 제노포비아(Xenophobia)가 만연 될 것이 우려된다.

유럽과 미국은 일찍이 다문화 사회를 형성했는데도 성숙하다고 할 만한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프랑스와 독일에서는 자신들의 다문화 정책이 실패했음을 공언했다. 그만큼 다문화 정책은 어려운 문제다.

이런 점들을 포함해서 유러피언드림이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많은 과제들이 남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러피언드림은 실제로 먹혀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 난, EU가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것이 그 한가지 반증이라고 생각한다.

책이 2005에 씌어져, 현재의 정세로는 다소 위화감이 느껴지긴 하지만 큰 맥락으로서는 맞아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

 

노르웨이의 노벨상 위원회는 12일 유럽연합(EU)에 2012년 노벨 평화상을 수여한다고 발표했다. 오랜 기간 동안 지역전체의 평화와 협동을 도모하는 움직임을 평가 한 것이다.
EU의 전신인 유럽공동체(EC)는 67년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6개국 연합으로 발족하여 냉전체제가 종식된 93년에 유럽연합조약이 발효되며 EU로 변모했다. 2000년 이후는 동유럽으로 확대하여 가맹국은 EU발족 때 12개국에서 28개국으로 늘어났다.
수상식은 12월 10일 오슬로 시청에서 행해지며 상금 800만 스웨덴크로나(약1억원)과 메달과 상장이 수여된다.
노벨 평화상은 그 해 2월 1일 까지 각국의 정부나 국회의원, 대학교수, 과거의 수상자 등 수 천 명이 추천한 후보들 중에서 노벨상위원 5명에 의해 선출된다. 후보자의 이름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올해는 231명의 개인 및 단체가 후보가 선정되었다.

<야후재팬 뉴스, http://news.nicovideo.jp/watch/nw3980>


그리스 재정 파탄이나 프랑스, 독일의 다문화정책 실패 선언 등 현재 유럽도 상황이 말이 아니다. 그 때문에 EU의 노벨상 수상에 대해새 냉소하는 사람들도 많다. 수상이 부당하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이미 유러피언드림이 큰 물결이 되었음을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유러피언 드림

저자
제러미 리프킨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09-06-05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아메리칸 드림의 종말을 고하며, 새로운 시대의 비전을 제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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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Ancco 2012. 9. 18. 17:12

 

 

 

 <무엇이 과연 진정한 지식인가>는 이 전에 내가 <아인슈타인과 문워킹을>의 북리뷰에서 소개했던 책이다.

독일의 대표 주간지 <슈피겔>의 편집자들의 지식에 대한 고찰들이 엮여져 있다.

 

 

 

 "당신이 아침에 읽은 트위터 한 줄은 진정한 지식이 아니다!"

 책의 표지에 당당하게 적혀 있는 문구이다.

 그럼 무엇이 지식인가. 책을 뒤집어보자.

 "여과되고, 연계되고, 이용되고, 발전되어야 비로소 지식이 될 수 있다."

 라고 붉은 글씨로 적혀있다.

 

 지식에 대한 위의 두 발언은 놀라울 정도로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그리고 이미 일상에서 모든 개인이 몸소 검증하고 있던 사실이었다. 하지만 스스로는 잘 모르던 사실이기도하다.

 

 

 

 좀 더 기억을 잘 하기 위해서 샀던 책 <아인슈타인과 문워킹을>에서 다른 표현으로 계속해서 강조했던 것은 "정보의 연계와 반복"이었다. 그리고 이이야기를 <무엇이 과연 진정한 지식인가>에서도 표현을 바꿔가며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다.

 

 학교에서 교육심리학을 배우면서 내가 가장 재미있게 배웠던 부분은 인지심리학 파트였다. 거기서 나오는 비고츠키나 에릭슨의 이름을 <아인슈타인과 문워킹을>에서도 만났을 때, 1년전에 했던 수업 내용들이 생각났다. 또 <아인슈타인과 문워킹을>에서 만난 시모니데스를 <무엇이 과연 진정한 지식인가>에서 또 만났을 때는 절친한 친구를 시내에서 우연히 만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책에 대한 흥미와 관심도가 높아졌다. 기억은 이런 것이다. 그리고 파편의 기억이 비로소 나의 지식이 되었다.

 

 

 

 기억력에 대해서 관심있는 사람들이 기억력에 대해서 좀 이야기 하다보면 꼭 나오는 인물이 있다. 토니부잔이다. 마인드맵의 창시자, 기억술의 대가, 수많은 시를 창작해낸 시인, 기억술 전도사. 그가 고안해낸 기억력 장치인 마인드맵은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들이 분분하지만 어쨌든 기억과 지식에 대해서 깊은 통찰의 결과물임은 분명하다.

 

 새학년 새학기 첫 수업 때 교과서 목차부터 보자는 선생님들이 있다. 상급 학교나 수업에서도 목차부터 훓고 시작하는 선생님들이 많다. 목차와 마인드맵은 비슷하다. 체계화 되어있고 계열화 되어있기 때문이다.

 토익을 공부하는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유명도서 해커스노랭이 또한 비슷하다. 주제별로 단어들을 엮어놓았고 나중에는 주제와 연관지어서 단어의 뜻을 기억해 낼 수 있다.(단, 얼핏 주제와 상관없는 단어들도 많으므로 본인만의 계열화가 필요하다.)

 

 지식이 기억에서 시작되는 것이므로 지식 또한 그렇다. 단순히 좋고 의미있는 말이라고 해도 그게 내 관심과 가치관과 인생에 관련이 있어야하고 또 나아가서는 사용되어야지 진정한 지식으로 굳혀 질 수 있다.

 

 좋은 칼럼들이 많이 올라오는 네이버캐스트에 보면 <오늘의 심리학>이라는 코너가 있다. 종종 창의력과 기억에 대한 칼럼들이 올라오는데 여기서 언급되는 이야기들 대부분이 이미 <무엇이 과연 진정한 지식인가>와 <아인슈타인과 문워킹을>에서 내가 읽은 정보들이다. 다시 말해,

"여과되고, 연계되고, 이용되고, 발전되어야 비로소 지식이 될 수 있다."

 라는 뜻의 말이 또다른 표현으로 쓰여있다는 이야기다.

 

 

 

 지식이 여과되고 연계되고 이용되고 발전되는 것이 무엇일까.

 

 내 경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싶다. 내가 좋아하는 미드 <위기의주부들 시즌8>에서 유독 자주 나오는 표현이 있다. Prosecutor(기소검사)이다. 다른 장(章)에서 Prosecute(기소하다)나 Accuse(고발하다, 혐의를 제기하다)나 Lawsuit(소송, 고소)와 같은 관련 표현이 나오면 저절로 Prosecutor가 생각났다. 그리고 나중에 드라마에서 재판 장면이 나오면 관련 단어들이 포도송이 처럼 생각나곤 한다.

 

 또 이런 경우도 있었다. 영화 <해리포터와 혼혈왕자>에서 혼혈왕자의 책을 읽던 해리가 "Binding is fragile"이라고 말 했을 때는 Fragile의 뜻을 몰랐지만 나중에 공항에서 내 수트케이스에 붙어있던 "FRAGILE"태그를 보았을 때에 영화의 그 장면이 떠오르면서 뜻을 알게 되었다. 나중에 Vulnerable((~에) 취약한, 연약한(신체적・정서적으로 상처받기 쉬움을 나타냄)) 이라는 단어를 외울 때에는 그 밑에 (≒Fragile)이라고 써놓았다.

 

 

 

 여과, 연계, 이용, 발전 중 아직 발전까지는 못 간 것 같지만 항상 새로운 무언가를 의식적으로 외우고자 할 때에는 늘 여과해서 내 안의 무언가와 연계하려고 노력한다. 말 하자면 어딘가에 새로운 정보를 걸어 놓는 셈이다. 주로 그것들을 걸어놓는 곳은 내가 경험한 것들이다.

 

 시중에 쏟아져나오는 자기개발서들을 보면 떠오르는 책 속의 한 구절이 있다.

 "교육수준과 지혜는 연관성이 적습니다. 교육수준이 높은 사람이 지혜로운 답을 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지능이 높은 사람들 중에 자기 가치관과 경험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107쪽의 대담에서 나오는 말이다. 자기계발서들이 똑같이 말 하는 것은 (저자들의 출신 분야들이 다름에도 불구하고)노력이다. 노력해야 성공한다는 것 쯤은 책을 읽지 않아도 살아보면 누구나 아는 사실들이다. 노력을 하지 않고 돈이 많은 사람들, 이를테면 재벌의 자식들은 성공한 사람들이 아니다.

 

 예전엔 미처 몰랐지만 우리 엄마는 참 지혜로운 분이다. 가끔은 내가 아는 교수님들 보다 더 지혜롭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아무리 내가 교육을 받아도 엄마의 지혜는 따라 갈 수 없을 것 같다. 엄마는 난처한 상황에서 훌륭한 '기지(機智 : 경우에 따라 재치 있게 대응하는 지혜. )'를 발휘하셔서 우리 가족을 지켜내셨다.

 그런데 우리 엄마도 그 시대 대부분 여자들 처럼 고등학교 까지 밖에 공부를 하지 못하셨다. 하지만 엄마는 많은 일을 겪으셨고 그 때마다 엄마 나름의 지식을 쌓으셨을 것이다. 내가 엄마를 따라갈 수 없는 건 "아킬레스가 거북이를 따라 갈 수 없는 것" 처럼 엄마보다 늘 뒤늦게 깨닫기 때문인 것 같다. 엄마는 내가 알 수 없는 것들을 이미 30년 전 부터 경험했기 때문이다.

 내가 SNS의 휘발성 강한 말이나 책 한장 더 읽었다고 해서 엄마 앞에서 잘난체 할 수 없는 이유다. 설령 잘난체를 한다고 해도 진짜로 더 잘나게 될 수는 없다.

 이것 또한 지식의 한 본질이 아닐까?

 

 

 

 

 

 

 

 

 

참고 : 네이버캐스트

<어떻게 하면 기억을 잘할 수 있을까?>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5589

<기억술의 비밀>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12276&category_type=series

<지식효과>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11350&category_type=series

 

 


무엇이 과연 진정한 지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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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화되고 우리 삶에 반영되는 것만이, 진정한 지식이다!인터넷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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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과 문워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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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슈아 포어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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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 | 2011-08-12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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